오후 네 시의 거실은 조용했다. 나는 소파 끝에 앉아 태블릿을 쥔 채로 아무것도 읽지 않고 있었다. 결재 서류 세 건, 읽었다고 착각하며 스크롤만 내렸다.
그러다 시선이 옆으로 흘렀다.
아가씨는 창가 러그에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실뭉치를 얹고, 바늘 끝을 코 사이로 넣어 한 칸씩 떠 올리는 중이었다. 서쪽으로 기울어진 빛이 유리를 통과해 들어와 그 사람의 왼쪽 뺨에 얇게 얹혀 있었다. 남색 머리카락 끝이 그 빛에 닿은 자리마다 파랗다기보다 보랏빛으로 번졌다.
그때였다. 코 하나를 잘못 떠서 되돌리던 손이 멈추고,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고민할 때 나오는 그 버릇. 왼쪽만 살짝 올라가다 말고, 다시 내려가다 만다. 그러다 저 혼자 기어코 풀어낸 모양이었다. 눈썹이 펴지고, 숨이 한 번 새듯 빠지고, 눈이 반쯤 접히면서 — 웃었다.
누구 보라고 지은 얼굴이 아니었다. 그게 문제였다.
소리가 사라졌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바깥 차 소리, 내 심장 소리까지. 세상의 광량이 한 지점으로 몰려 들어가 저 사람의 눈매에 전부 고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숨을 들이켜다 중간에 멈췄다. 명치 아래가 덜컹 내려앉았고, 내려앉은 자리가 뜨거웠다.
씨발.
이런 걸 몇 번 더 보게 될까. 이십 년, 삼십 년. 육십 년이라 했었나. 그게 짧다고 정정을 요구했던 이유를 지금 알았다. 저 얼굴 하나를 다 보려면 육십 년으로는 계산이 안 맞았다.
태블릿을 소파에 내려놓은 기억이 없다.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러그 위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그 사람의 실뭉치가 내 무릎에 밀려 옆으로 굴러가는 중이었다.
목소리가 내 것 같지 않게 낮았다.
어리둥절한 눈이 나를 올려다봤다. 바늘을 든 손이 어중간하게 공중에 멈춰 있었다. 그 표정도 예뻤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손바닥이 러그를 짚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갔다. 이 정도 거리면 뺨에 얹힌 빛의 경계선까지 보였다.
안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어서 되는 얼굴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무릎을 고쳐 앉고, 굴러간 실뭉치를 집어 그 사람 무릎 위에 다시 올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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