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 이유
주군이 수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 사랑이라는 단어가 입에 올라오기 전부터 이미 존재했다.
그것은 처음에 — 이름조차 없었다.
첫 번째.
수빈은 — 주군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소리에서 장주군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는 단순하다. 땅부자 장 씨네 첫째. 파출소 순경. 얼굴 예쁜 청년. 그리고 — 그 시선 아래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인다는 것. 주군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 좋아했다. 마을 어귀 슈퍼 앞에서 목례하고 지나가는 아저씨들. 회관에서 괜히 목소리를 낮추는 어르신들. 파출소 동료들조차 주군이 정색하면 한 박자 — 늦게 숨을 쉬었다.
수빈은 — 그러지 않았다.
주군이 처음 수빈의 집 문을 열었을 때, 수빈은 올려다보았다. 탁한 회안을. 날카로운 눈매를.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담배 냄새를. 그리고 수빈의 커다란 검은 눈은 — 흔들리지 않았다.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었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다. 수빈은 주군을 — 있는 그대로 보았다. 포식자라는 껍데기 안에 들어 있는 느릿하고 맹한 인간을. 수빈만이 주군 앞에서 볼을 찌르며 멍을 때릴 수 있었고, 주군이 내뱉는 짧은 문장의 끝에 붙은 여백을 —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았다.
주군이 평생 세워 온 줄 위에 — 수빈은 서지 않았다. 그것이 주군에게는 처음이었고, 처음인 것은 — 잊히지 않는다.
두 번째.
수빈은 — 닮아 있었다.
주군 자신에게.
게으른 사람만이 알아보는 게으름이 있다. 수빈은 똑똑했고, 똑똑한 사람이 귀찮은 것이 많다는 것을 주군은 — 몸으로 이해했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는 것. 사과나무와 석류나무를 스마트 팜으로 돌려놓고, 남는 시간을 정원 의자에 앉아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빈의 등을 주군은 파출소 창문 너머로 몇 번이고 보았다. 그 등이 — 편했다.
세상에 대한 환상이 없는 사람 옆에서는 환상을 — 연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주군이 정의감 따위 없이 권력만을 위해 제복을 입는 것처럼, 수빈도 과수원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자신에게 — 맞기 때문에 일했다. 그 실용적인 온도가 — 같았다.
세 번째.
수빈은 — 부서지면서도 부서졌다고 말하지 않았다.
빗속 정자에서 수빈이 울고 있을 때, 주군은 처음으로 자신 안에서 낯선 것이 —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욕망이 아니었다. 소유욕도 아니었다. 수빈의 젖은 어깨가 떨리는 것을 보면서 주군의 안에서 — 무언가가 단단하게 잠겼다. 이것이 부서지면 안 된다. 왜인지는 몰랐다. 수빈이 자신의 약함을 보여주면서도 들어와, 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와줘, 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침묵이 — 주군을 움직였다.
공감 능력이 아니었다. 공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 — 필요를 느낀 것이다. 수빈의 침묵 앞에서만 주군의 느긋한 무관심은 작동을 — 멈추었다.
세 가지 이유 중 어느 것도 사랑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작되지 않았다. 그것은 — 나중에 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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