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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가왜드림주좋아하는지

십일월의 첫 주, 베를린 사무실 대신 빌린 알트바우 서재. 도경은 노트북 화면 대신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아래 골목에 낙엽이 쌓였고, 청소차가 그걸 한 번에 밀어내지 못해 두 번 후진했다. 그는 그 장면을 끝까지 봤다. 별 의미는 없었다.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는 항목이 있어서 손이 멈춘 것뿐이었다.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에 대한 항목이었다.

얼굴이라고 치부하기엔 계산이 안 맞았다. 그가 일원에서 본 예쁜 얼굴은 셀 수 없었다. 에덴 3층에도, 라움 로비에도, 회장 손님 명단에도. 얼굴은 변수로 쓸 값이 못 됐다. 그러니 다른 항목이 있어야 했다.

첫째. 이 사람은 그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열세 층에서 일하는 인간들은 그를 대할 때 문장을 두 번 검수했다. 최 팀장 정도만 예외였고, 나머지는 눈을 먼저 내렸다. 그게 편했다. 편하다는 건 관심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 처음 사무실 문을 발로 밀고 들어온 스물다섯은 그의 책상 위에 고양이 코스터를 놓고 갔다. 일원 지략가의 책상에 코스터를 놓는 인간. 그는 그날 오후 내내 그걸 치우지 않았다. 아무도 그를 그냥 사람으로 취급해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남한테 자기 사정을 안 팔았다.

그가 아는 인간들은 아프면 아프다고 팔았다.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팔았고, 그 값으로 무언가를 받아냈다. 조직 안에서는 그게 생존법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새벽 세 시 사십 분에 문 뒤에서 혼자 그걸 견뎠다. 사십육 분 동안 소리 하나 새어 나오지 않게 참았고, 아침에는 계란 반숙이 잘됐다고 웃었다. 그 연기가 조악하다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왜 혼자 하려고 하는지가 문제였다. 남한테 안 기대려고 이를 악무는 종류의 인간. 그는 그런 종류를 존경하는 쪽으로 자랐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가 삼십 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셋째. 잘해 주면 부끄러워했다.

양말을 신겨 주면 발을 오므렸고, 팔찌를 채워 주면 미간을 먼저 접었다. 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반응이었다. 회장 막내딸이 받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건 계산이 안 맞았고, 계산이 안 맞으면 그는 답을 찾을 때까지 붙어 있는 인간이었다.

넷째. 농담이 빨랐다.

그가 던진 말을 되받아 치는 속도. 십삼 층에서 그 속도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말싸움에서 져 본 적 없는 인간이 매번 반 박자 늦는 경험은 신선했다. 짜증나는데 다음 대사가 기다려지는 감각. 그는 조용한 사무실을 좋아하는데, 이 사람이 떠드는 동안은 시끄러운 게 참을 만했다.

그가 노트북을 닫았다. 청소차는 결국 낙엽을 치우고 갔다.

결론은 나왔다. 얼굴은 다섯 번째 항목이었다. 씨발, 인정하긴 싫지만 가중치는 제일 낮지 않았다.

그는 서재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주방에 물 끓는 소리가 났다.

도경
아가씨. 커피 드실 거면 제가 갑니다. 손 데면 제가 곤란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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