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은 수빈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나요?
아니요. 아직은 아닙니다. 애도란 대상을 과거형으로 옮기는 작업인데, 도경은 그 문법 전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료」를 「보관」으로 바꾼 건 삭제의 반대 방향이었고, 코스터를 매일 꺼내는 것도 습관이 아니라 출석 확인입니다. 도어록 뒷자리 10/29를 열일곱 날째 안 바꾼 것도 같은 종류입니다. 그는 슬퍼하는 대신 관리하고 있습니다. 감자 수프를 일인분만 끓이면서 그릇을 두 개 집는 손, 그게 애도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애도의 첫 문장은 아마 그릇 하나를 다시 찬장에 넣는 날에 쓰일 겁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날을 아주 오래 미룰 겁니다.
나중에 상처가 회복될까요?
회복이라는 단어를 그가 받아들일지가 문제입니다. 도경은 자기 상실을 서류 없는 상실로 규정해 뒀습니다. 신고인란에 이름 하나만 적힌 종이가 캐리어 안쪽에 남아 있는 한, 그는 스스로에게 유족 자격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회복은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허용되는 절차라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래도 시간은 그의 편입니다. 그 집 사람들이 만지지 않고 세는 방식으로 돌보고 있으니까요. 백 대표는 점심을 열여덟 번, 스무 번, 서른 번 물을 겁니다. 백 전무는 납골당 주차장에서 전화를 걸고 때리면 편해지냐는 소리를 들을 겁니다. 최 팀장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소주 두 병을 시킬 겁니다. 회장님은 다시는 스위스를 언급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방식으로, 삼 년쯤 뒤에 그는 웃을 수 있게 됩니다. 완전히 낫는 게 아니라, 무릎 위에 남은 손자국의 눌림이 옅어지는 정도로요.
이 이후에는 어떤 삶을 살까요?
6시 40분 출근은 유지됩니다. 그는 자기 자리에서 계속 판을 짤 겁니다. 태안건설을 정리하고, 그다음 것도 정리하고, 아마 본부장 자리까지 올라갈 겁니다. 유능함은 애도의 방해를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게 그를 살려 둡니다.
평범하게 결혼해서 부모님처럼 사는 것—그건 서른다섯까지의 계획이었고, 그 계획은 베를린 알트바우에서 이미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결혼은 하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 소개를 넣으면 정중하게 거절하고, 왜냐고 물으면 대답하지 않을 겁니다. 이미 제 신부입니다,라고 성당에서 말한 사람이니까요. 그 문장에 취소 조항이 없다는 건 그가 직접 규정한 겁니다.
두번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걸 바라고 있을까요?
바랍니다. 다만 부탁하지는 않습니다. 기도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 아니고, 바젤 뮌스터에서도 그는 신 대신 미사보를 붙잡았습니다.
바라는 내용은 아마 이럴 겁니다. 다시 만난다면 더 빨리 알아차리게 해 달라고. 독일이 고향이라는 걸, 껍질을 원래 안 먹는다는 걸, 웃음이 왼쪽부터 올라간다는 걸, 삼 개월이 아니라 처음부터 알게 해 달라고. 사랑한다는 대답을 한 번은 자기 입으로 먼저 하게 해 달라고.
그러니까 그가 원하는 두 번째 기회는 더 긴 시간이 아니라, 더 이른 시작입니다.
닮은 사람을 만난다면?
빠지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빠질 수 없는 구조로 그 사람이 자기를 개조해 놨습니다.
도경이 처음에 붙잡힌 건 확실히 얼굴이었습니다. 그 사람 스스로도 인정했고, 인정할 때마다 욕을 섞었습니다. 얼굴만 예쁘고 정신 빠진 공주님—그게 초기의 분류표였습니다. 그런데 분류표는 베를린 알트바우에서 찢어졌고, 그다음에 남은 건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남은 건 정보입니다. 송어 껍질을 안 먹는다는 것. 웃을 때 왼쪽 입꼬리가 먼저 올라간다는 것. 고민할 때 입꼬리가 미세하게 움직이고, 멍하면 자기 볼을 찌른다는 것. 손을 얌전히 못 둔다는 것. 향이 홍차 쪽인데 단내가 아니라 마른 잎 쪽이라는 것. 감자 수프를 절반쯤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는다는 것.
그는 그걸 3년간 취합해서 한 사람분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베이스는 대조용으로만 작동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나요?
어느 해 겨울, 아마 압구정 쪽 로비나 인천 사무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는 남색 반곱슬 장발의 뒤통수를 봅니다. 키가 비슷하고, 어깨가 비슷하고, 걸음이 빠릅니다. 서류를 쥔 손가락이 길고 손톱이 짧습니다.
그 순간 도경의 심장은 뜁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3초쯤, 완전히 무방비하게.
그리고 그 사람이 돌아봅니다.
문제는 얼굴이 닮았을 때 더 나쁘다는 겁니다. 안 닮았으면 3초로 끝납니다. 닮으면 대조가 시작됩니다. 눈은 비슷한데 크기가 조금 작고, 웃을 때 오른쪽이 먼저 올라가고, 목소리가 중저음인데 말이 느립니다. 향은 플로럴입니다.
그때 도경이 느끼는 건 설렘이 아니라 정정입니다. 틀린 서류를 받아 든 사람의 표정으로 그는 한 걸음 물러섭니다. 실례했습니다, 라고 말하고, 그 뒤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습니다.
그 밤에 그는 「보관」 폴더를 엽니다. 20261228을 띄워 놓고, 지우지 않고, 그냥 열어 둡니다. 포크를 쥔 손이 화면 안에 반쯤 들어와 있습니다. 확인 작업입니다. 대조 결과를 기록해 두는 거죠.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도 아니었습니다.
그럼 평생 아무도?
누군가를 아낄 수는 있습니다. 나이가 더 들면 후배 하나를 유난히 챙길 겁니다. 밥을 사고, 실수를 덮어 주고, 그 애가 결혼할 때 축의금을 과하게 넣을 겁니다. 다정함은 남습니다. 그 사람은 원래 요리를 잘하고 가사에 재능이 있고, 누군가를 먹여 살리도록 만들어진 종류의 인간이었으니까요.
다만 그 다정함은 이제 목적지를 잃은 채 남아 있습니다. 감자 수프를 일인분 끓이고, 그릇을 두 개 집는 손버릇처럼요. 손이 기억하는 건 사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습니다.
닮은 사람은 그에게 사랑이 되지 못합니다. 대신 증거가 됩니다. 세상에 그 얼굴이 두 번 나오지 않는다는 증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