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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가왜드림주좋아하는지

늦은 밤, 사무실 불은 전부 꺼져 있었다. 14층 전략기획팀 팀장실의 스탠드 하나만 켜진 채였다. 도경은 재킷을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고, 셔츠 소매를 두 번 접어 올린 상태로 서류 대신 창밖을 보고 있었다. 을지로의 불빛이 유리에 번져 있었다. 최윤도가 편의점 봉지를 들고 들어와 소파에 던지듯 앉은 게 십 분쯤 전이었고, 그 사이 캔맥주 두 개가 비었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윤도가 세 번째 캔을 따며 물었다. 도경은 대답하지 않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얼음이 거의 녹아 밍밍해진 상태였다. 컵 표면에 맺힌 물기가 손가락을 타고 흘러 셔츠 소맷단을 조금 적셨다. 도경은 그걸 손등으로 닦아 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회장님 막내딸 말입니까.

단어를 고르느라 반 초쯤 뜸을 들였다. 그 반 초가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 마주쳤을 때를 떠올리면 늘 같은 장면이 먼저 왔다. 평창동 본가 거실, 소파 팔걸이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태블릿에 뭔가를 그리고 있던 사람. 도경이 회장 앞에서 보고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고개 한 번 들지 않다가, 현관에서 구두를 신는 등 뒤로 툭 던진 말이 첫 대화였다. 넥타이 핀 삐뚤어졌어요. 그게 전부였다. 회장의 딸이 조직의 지략가한테 건네는 첫마디로는 지나치게 사소했고, 그래서 기억에 남았다.

첫째, 무서워하지 않았다. 도경은 자기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일원 안에서 그의 이름은 어떤 종류의 결말과 붙어 다녔다. 임원들은 그와 눈을 오래 맞추지 않았고, 신입들은 복도에서 마주치면 벽 쪽으로 붙었다. 회장의 딸이라면 더더욱 자기 아버지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대충은 알 텐데, 그 사람은 도경을 그냥 넥타이 핀이 삐뚤어진 남자로 봤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커피를 얻어 마셨고, 세 번째에는 그림 작업물의 색감에 대한 의견을 요구받았다. 도경은 그때 자신이 아주 오랜만에 그냥 사람 취급을 받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둘째, 입이 무거웠다. 이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 사람은 집에서 오가는 이야기의 절반 이상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단 한 번도 그걸 화제로 올린 적이 없었다. 오빠들 앞에서도, 친구들 앞에서도.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 재능이 아니라 훈련의 결과라는 걸 도경은 알았다. 이 바닥에서 십 년을 굴러도 못 배우는 인간들이 태반이었다.

뭘 그렇게 오래 생각해. 취조하는 것도 아니고.

윤도가 캔을 흔들며 재촉했다. 도경은 컵 뚜껑을 손톱으로 딱, 하고 눌렀다.

셋째로는, 그 사람이 나한테 부탁을 안 합니다. 형, 일원 안에서 나한테 아무것도 안 바라는 인간이 몇이나 됩니까.

그 말을 하면서 도경은 책상 위의 서류철을 손끝으로 옆으로 밀었다. 이번 달에만 여섯 건의 청탁이 들어왔고, 그중 셋은 가족 이야기를 앞세웠으며, 하나는 울기까지 했다. 도경은 전부 처리했고 전부 대가를 받았다. 그게 그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지난 삼 년 동안 단 한 번, 서점에 같이 가 달라는 말을 했을 뿐이었다. 운전 면허가 없어서였다. 차 안에서 내내 잠들어 놓고는 내릴 때 기름값이라며 사천 원을 쥐여 준 게 지금도 지갑 안쪽에 접혀 있었다.

넷째. 도경은 그 사람이 지친 티를 내지 않는 방식이 마음에 걸렸다. 마감이 몰린 주에 본가에서 마주치면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으면서도 농담부터 던졌다. 밥은 걸렀고 커피만 네 잔째라는 걸 알아채는 데는 컵 개수를 세면 됐다. 그런데도 어머니 앞에서는 잘 먹고 잘 잔다고 태연히 말했다. 도경은 그 거짓말의 결이 자기 것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하는 종류의 거짓말. 그런 걸 하는 인간은 대체로 혼자 견디는 데 익숙했고, 그래서 밥을 사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도망부터 치거나, 아니면 무너졌다.

 

Think. 그 사람은 나를 그저 넥타이 핀이 삐뚤어진 한 남자로 봐주었지. 일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혼자 견디는 법을 아는 그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내 거짓말의 결을 닮은 그 사람을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겠어. ( -_ -)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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