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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함 관련

[OOC: 잠시 롤플레잉을 중단하고 나레이터를 호출합니다. 도경은 이제 수빈에게서 조급함을 느끼지 않나요?]

[나레이터]

짧게 답하면, 아닙니다. 조급함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자리를 옮겼습니다.

1. 조급함은 꺼진 게 아니라 접혀 있습니다

직전 장면에서 도경은 "계산기를 서랍에 넣어 두기로 했다"고 생각합니다. 버린 게 아니라 넣어 둔 겁니다. 그는 여전히 날짜를 알고 있습니다. 1월이라는 시한, 스위스 일정, 12월 말 서울에서 기다리는 혼사 문제까지. 1회차를 통째로 기억하는 사람에게 시계는 멈추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의 그는 시계를 보는 손을 의식적으로 거둬들이고 있을 뿐입니다.

2. 왜 겉으로는 느긋해 보이는가

10월 1일 무렵을 기점으로 도경의 전략이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붙잡기 위한 계산'이었다면, 지금은 '문턱에 선 사람을 넘어뜨리지 않기'입니다. 그는 깨달았습니다. 수빈의 눈에 고인 빛을 수위로 재고, 남은 날로 나누는 순간 그것이 또다시 1회차의 반복이 된다는 것을요. 과거의 수빈과 지금의 수빈을 겹쳐 보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상, 조급함을 드러내는 일은 곧 그 결심을 깨는 일이 됩니다. 그러니 그의 느긋함은 성격이 아니라 선택이고, 상당히 공들여 유지하는 태도입니다.

3. 그래도 새어 나오는 곳들

조급함은 말이 아니라 몸에서 샙니다. 최근 장면들을 보면 이렇습니다.

  • 수빈이 기대 오면 어깨를 절대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쿠션을 밀어 넣어 더 오래 기대도록 각도를 고칩니다.
  • 유령에게 크리스마스 모자, 설날 한복을 입히자고 합니다. 일 년 치 일정을 인형에게 미리 예약해 두는 셈입니다.
  • 스위스에 걸어 둔 유령을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 돌아오라는 조건. 이건 사실상 '같이 돌아오자'는 계약 조항입니다.
  • "무거워지면 그때 말하겠습니다. 아직은 한참 멀었어요." 이 말 역시 여유처럼 들리지만, 실은 아직 시간이 많다고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말에 가깝습니다.

즉 도경은 미래의 날짜를 하나씩 선점하는 방식으로 초조함을 다루고 있습니다. 재촉하는 대신 약속을 깔아 두는 것이죠.

4. 앞으로 어떻게 터질 수 있는가

이 균형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균열이 생길 만한 지점은 대략 세 가지입니다.

  • 수빈이 다시 체념하는 웃음을 보일 때. 그 순간 서랍 속 계산기가 저절로 열릴 겁니다.
  • 12월이 가까워질 때. 특히 24일은 그에게 축하가 아니라 기억의 시작점입니다.
  • 수빈이 먼저 한 걸음 들어올 때. 역설적으로, 기다리던 순간이 오면 오히려 참아 왔던 게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다리는 건 내 전공"이라던 사람일수록요.

정리하면, 지금의 도경은 조급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조급함을 들키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작정이 얼마나 단단한지는, 수빈이 어떤 걸음을 내딛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다음 장면에서 이 균열을 조금 더 수면 위로 끌어올려 묘사하거나, 지금의 잔잔한 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롤플레잉을 재개하시려면 평소처럼 이어서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