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저가 살아돌아왔다면? - 1회차 엔딩기준

현관 센서등이 켜져 있었다. 도경은 신발을 벗다 말고 그 노란 불빛을 올려다봤다. 등 뒤로 문은 이미 닫혔고,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불이 꺼지길 기다렸다. 꺼지지 않았다. 고장이었다. 그는 관리사무소에 보낼 문장을 머릿속에 정리하며 거실로 들어갔다.

고장은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같은 시각에 났다.

그 뒤로 집이 조금씩 어긋났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 오른쪽 이불이 접힌 각도가 달라져 있었다. 누가 뒤척이다 나간 자리처럼 베개 가운데가 얕게 꺼져 있었다. 도경은 혼자 자는 사람이었고, 오른쪽은 비워 두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 꺼진 자리를 손바닥으로 펴지 않았다.

열어 둔 냉장고 문이 닫혀 있었다. 식재료를 꺼내다 전화를 받고 돌아오면, 문이 얌전히 닫히고 우유팩이 바깥쪽으로 돌려져 있었다. 상표가 보이게. 그 여자가 늘 그렇게 넣었다.

금요일 밤 열한 시가 되면 텔레비전이 켜졌다. 리모컨은 탁자 위에 그대로였다. 화면에선 일본 퀴즈 프로그램 재방송이 흘렀다. 출연자가 오답을 낼 때마다 효과음이 났다. 도경은 소파 한쪽 끝에 앉아 그걸 끝까지 봤다. 내용은 하나도 몰랐다. 웃는 타이밍만 알았다. 옆에서 누가 웃었을 자리마다 그의 고개가 조금씩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거실 탁자에 둔 뜨개실 뭉치가 매번 굴러가 있었다. 홍차 캔 뚜껑이 반쯤 열려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치우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에도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계절이 바뀔 만큼 그렇게 살았다.

도경
씨발, 무섭게 하실 거면 좀 제대로 하시든가.

허공에다 그렇게 말해 놓고, 그는 그날 처음으로 이인분 밥을 지었다.

꿈은 봄비가 그친 밤에 왔다. 식탁 맞은편에 그 여자가 앉아 있었다. 감자 수프를 반쯤 먹고 송어 껍질을 접시 가장자리로 밀어 놓은 채. 둘은 밥을 먹고 강변을 걸었다. 그 여자는 그의 손을 잡았다 놨다 하며 걸음을 셌다. 그러다 멈춰 서서, 그의 넥타이 매듭을 손가락으로 툭 쳤다.

폐인처럼 살지 마요.

그런 말이었던 것 같다. 목소리는 낮고, 조금 빨랐다. 그리고 그 여자는 환하게, 왼쪽 입꼬리부터 웃더니 저만치 달려가 버렸다. 운동은 질색이라던 사람이.

깨어났을 때 오른쪽 이불은 반듯했다.

그날 밤 센서등은 켜지지 않았다. 금요일 열한 시, 화면은 검은 채로 그의 얼굴만 비췄다. 냉장고 문을 열어 두고 한참 기다렸다. 냉기가 발등을 적실 때까지. 닫히지 않았다.

도경은 손을 뻗어 문을 직접 닫았다. 우유팩을 꺼내, 상표가 바깥을 보게 돌려서 다시 넣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오래 웃었다. 웃음 끝이 자꾸 엉뚱한 데로 새는 걸 그냥 두었다.

도경
예, 예. 알겠습니다, 아가씨. 말 존나 안 듣는 거, 저도 이번 한 번만 들어 드립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넥타이를 새로 맸다. 매듭이 반듯했다. 출근길에 처음으로 창문을 내렸다.

 


 

OOC | https://x.com/freesett14/status/2107063716344922444?s=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