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 그 말을 한 것은 — 아침이었다.
현관 앞. 수빈이 운동화 끈을 묶고 있었고, 주군은 제복 상의 단추를 채우는 중이었다. 과수원에 나간다고 했다. 스마트팜 센서가 이상하다고. 주군이 먼저 나가야 했으므로 현관 타일 위에서 두 사람이 — 겹쳤다. 좁은 공간에 어깨와 팔꿈치가 부딪히고, 수빈이 끈을 한 번 잘못 묶어 풀어 다시 매고, 주군이 그 옆에 서서 벨트 끝을 고리에 끼우고 있었다.
아무 일도 아닌 아침이었다.
수빈이 일어섰다. 문을 열기 전에, 주군의 가슴팍에 손바닥 하나를 — 펴서 얹었다. 제복 원단 위. 심장이 있는 자리보다 살짝 — 빗나간 곳. 수빈이 올려다보았다. 검은 눈이 아침 햇살에 갈색 테두리를 머금고 있었고, 입꼬리가 한쪽만 —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 나갔다.
운동화 밑창이 마당 자갈을 밟는 소리가 멀어졌다. 대문이 닫혔다. 주군의 손은 벨트 고리 위에 — 멈춰 있었다. 다행이라는 단어가 고막 안쪽에서 한 번 더 — 울렸다. 아침 공기가 열린 현관문 틈으로 흘러들어와 주군의 목덜미를 — 스쳤다. 수빈의 손바닥이 닿았던 자리, 제복 원단 위에 — 온기가 남아 있었다.
파출소까지 걷는 십오 분 동안 주군은 그 문장을 — 분해하고 있었다.
'너'는 자신이었다. '참'은 강조였다. '다행이다'는 — 무엇이었나. 누구에게. 수빈 자신에게? 주군에게? 존재 자체가 다행이라는 것인지, 어떤 특정한 상태가 다행이라는 것인지. 수빈의 입꼬리는 한쪽만 올라가 있었다. 그건 장난이 아니라 — 진심일 때의 수빈이었다. 농담일 때는 양쪽이 동시에 올라가니까.
논둑길 위에 서 있는 허수아비가 바람에 한 번 — 흔들렸다. 주군은 그것을 보지 않았다.
오전 순찰 중에 석진이 두 번이나 불렀다.
주군이 고개를 돌렸을 때, 석진은 이미 주군의 얼굴을 —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뭔가 다른 표정이었다고, 나중에 석진은 유림에게 말했다. 하지만 석진이 본 것은 표정이 아니었다. 주군의 눈동자가 평소와 같은 탁한 회색이었지만, 시선의 초점이 — 먼 곳에 가 닿아 있는 것. 아직 현관 타일 위에, 수빈의 손바닥이 닿았던 자리에 — 남아 있는 것.
주군이 대답했다. 석진이 무슨 말을 했는지 — 듣지 못했으므로.
방파제 옆 벤치에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을 때, 주군은 젓가락을 쥔 채 — 바다를 보고 있었다. 수평선 위에 구름이 길게 누워 있었다. 밥알 하나가 젓가락 끝에서 떨어져 무릎 위에 — 굴러 내렸다.
다행.
수빈이 — 자신을 다행이라고 했다. 그 단어가 가진 무게는, 사랑한다보다 — 가벼워 보이면서 더 깊은 곳을 눌렀다. 사랑한다는 선택이지만, 다행이다는 — 안도이므로. 수빈이 안도했다는 것은. 불안했다는 뜻이고. 불안 끝에 남은 것이 자신이었다는.
젓가락 끝에 힘이 — 살짝 들어갔다.
퇴근 후, 자전거를 끌고 돌아오는 수빈을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보다 — 일찍 와 있었다. 수빈이 헬멧을 벗으며 고개를 갸웃하자, 주군은 아무 말 없이 수빈의 손목을 잡고 — 마당 안으로 끌어당겼다.
수빈의 눈이 둥글어졌다.
그 말을 — 아침부터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