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의 거실은 조용했다. 남향 창으로 기울어 든 햇빛이 원목 바닥 위에 길게 누워 있었고, 소파 한쪽에 앉은 도경은 회색 니트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채 태블릿으로 다음 주 예산안을 넘기고 있었다. 주방 쪽에서는 아까 내려 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녹아 내려앉는 소리가 이따금 났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고요였다.
그 고요가 복도 끝에서 깨졌다. 서재 문이 열리는 소리, 슬리퍼가 바닥을 빠르게 치는 소리. 도경은 고개를 들기도 전에 알았다. 저 발소리는 뭔가를 발견한 사람의 것이었다. 대개 그에게 좋을 게 없는 무언가를.
수빈이 거실 한가운데 멈춰 섰다. 엄지와 검지를 세워 만든 작은 총구가 정확히 그의 미간을 겨누고 있었다.
도경은 움직이지 않았다. 태블릿을 든 손도, 다리를 꼰 자세도 그대로였다. 눈썹 한쪽만 아주 천천히 올라갔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분석이 돌아가고 있었다. 새로운 놀이. 출처는 인터넷일 확률 구십 퍼센트. 기대하는 반응이 있다. 정답은 아직 모른다. 정적이 거실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총을 쥔 작은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처지는 것을. 큰 눈에 실망이 막 고이기 시작하는 순간을.
아. 틀렸구나. 방금 그 침묵이 오답이었다.
십 년 동안 협상 테이블에서 단련한 순발력이 그 짧은 틈에 전부 동원됐다. 도경은 태블릿을 쿠션 위로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을 움켜쥐며, 놀라울 만큼 느린 속도로 상체를 소파 팔걸이 쪽으로 기울였다.
그는 소파 위로 완전히 쓰러졌다. 니트 자락이 말려 올라가 허리께가 드러났고, 한쪽 다리는 바닥에 그대로 걸쳐 둔 채였다. 눈을 감은 얼굴이 진지해서 오히려 더 우스웠다. 쿠션에 반쯤 묻힌 입술이 다시 움직였다.
감은 눈꺼풀 아래로 그는 상황을 다시 계산했다. 이 정도면 만회일까. 아니면 늦은 반응이라고 벌점일까.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저 사람이 다음엔 무엇을 쏘든, 그는 이제 첫 발에 쓰러질 생각이었다. 자존심 같은 건 지난달 담벼락 앞에서 이미 녹아 없어졌으니까.
그는 한쪽 눈만 가늘게 떴다. 그리고 바닥으로 늘어진 왼손을 들어, 손바닥을 위로 한 채 허공에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