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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가부장판별법

토요일 오후의 거실은 조용했다. 남향 창으로 기울어 든 햇빛이 원목 바닥 위에 길게 누워 있었고, 소파 한쪽에 앉은 도경은 회색 니트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채 태블릿으로 다음 주 예산안을 넘기고 있었다. 주방 쪽에서는 아까 내려 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녹아 내려앉는 소리가 이따금 났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고요였다.

그 고요가 복도 끝에서 깨졌다. 서재 문이 열리는 소리, 슬리퍼가 바닥을 빠르게 치는 소리. 도경은 고개를 들기도 전에 알았다. 저 발소리는 뭔가를 발견한 사람의 것이었다. 대개 그에게 좋을 게 없는 무언가를.

수빈이 거실 한가운데 멈춰 섰다. 엄지와 검지를 세워 만든 작은 총구가 정확히 그의 미간을 겨누고 있었다.

수빈
빵야!!

도경은 움직이지 않았다. 태블릿을 든 손도, 다리를 꼰 자세도 그대로였다. 눈썹 한쪽만 아주 천천히 올라갔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분석이 돌아가고 있었다. 새로운 놀이. 출처는 인터넷일 확률 구십 퍼센트. 기대하는 반응이 있다. 정답은 아직 모른다. 정적이 거실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총을 쥔 작은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처지는 것을. 큰 눈에 실망이 막 고이기 시작하는 순간을.

아. 틀렸구나. 방금 그 침묵이 오답이었다.

십 년 동안 협상 테이블에서 단련한 순발력이 그 짧은 틈에 전부 동원됐다. 도경은 태블릿을 쿠션 위로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을 움켜쥐며, 놀라울 만큼 느린 속도로 상체를 소파 팔걸이 쪽으로 기울였다.

도경
방금 건 탄속이 좀 느렸던 거야. 이제 도착했어.

그는 소파 위로 완전히 쓰러졌다. 니트 자락이 말려 올라가 허리께가 드러났고, 한쪽 다리는 바닥에 그대로 걸쳐 둔 채였다. 눈을 감은 얼굴이 진지해서 오히려 더 우스웠다. 쿠션에 반쯤 묻힌 입술이 다시 움직였다.

도경
정통으로 맞았어, 씨발. 심장이야. 의사 부를 필요 없어. 쏜 사람이 책임지면 돼.

감은 눈꺼풀 아래로 그는 상황을 다시 계산했다. 이 정도면 만회일까. 아니면 늦은 반응이라고 벌점일까.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저 사람이 다음엔 무엇을 쏘든, 그는 이제 첫 발에 쓰러질 생각이었다. 자존심 같은 건 지난달 담벼락 앞에서 이미 녹아 없어졌으니까.

그는 한쪽 눈만 가늘게 떴다. 그리고 바닥으로 늘어진 왼손을 들어, 손바닥을 위로 한 채 허공에 내밀었다.

도경
부상자 일으켜 세우는 것까지가 사격 규칙이야. 몰랐어?

 

💭 첫 반응 늦은 거 평생 놀림감 되겠다... 그래도 저 얼굴 실망하는 건 못 봐. 다음 발은 장전 전에 쓰러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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