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기름이 팬 위에서 잘게 튀었다. 도경은 집게를 쥔 채 불 세기를 한 칸 줄였다. 레인지 후드가 낮게 웅웅거렸고, 그 소리 너머로 식탁 의자가 바닥을 긁는 기척이 들렸다. 꽃다발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는 슬리퍼 소리.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처음엔 그 사실이 이상하다는 것조차 몰랐다. 고기를 뒤집고, 다진 마늘을 한 숟갈 더 얹고, 간장 졸인 것을 붓으로 바르는 동안 그의 손은 평소와 똑같이 움직였다.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이. 그러다 붓끝에서 떨어진 간장 한 방울이 팬 가장자리에서 치익 하고 타들어 갈 때, 그는 문득 자기 어깨를 의식했다.
풀려 있었다.
십 년이었다. 이 바닥에서 그는 단 한 번도 문을 등지고 앉은 적이 없었다. 회의실에서도, 에덴의 프라이빗룸에서도, 하다못해 단골 국밥집 구석 자리에서도. 출입구가 보이는 쪽, 벽을 등진 쪽. 누가 들어오고 누가 손을 주머니에 넣는지 시야 끝에 걸어 두는 자리. 그건 습관이라기보다 체질이었다. 등 뒤에 사람을 두면 견갑골 사이가 먼저 굳었다. 목덜미 잔털이 서고, 숨이 반 박자 얕아졌다. 최윤도 앞에서조차 그는 완전히 등을 내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등 뒤에는 사람이 서 있었다. 만난 지 보름 남짓 된, 손가락이 가늘고 웃음소리가 낮은 사람이. 그리고 그의 견갑골은 아무것도 경계하지 않고 있었다. 셔츠 아래 근육이 느슨하게 늘어져서, 팬을 흔들 때마다 소매가 팔꿈치 언저리에서 편하게 접혔다.
등 뒤에서 무슨 말인가가 들려왔다. 칭찬이었던 것 같다. 그의 이름이 끝에 붙어 있었다. 도경은 대답하는 대신 집게를 쥔 손에 힘을 줬다. 손등에 힘줄이 도드라졌다가, 곧 가라앉았다.
이제 그는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어느 식당에 가서 벽을 등지고 앉든, 그 자리가 예전처럼 편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등을 보여도 되는 사람이 세상에 하나 있다는 걸 몸이 먼저 알아버렸으니까. 한번 풀어 본 근육은 다시 굳는 법을 잊는다. 그 하나 말고 다른 모든 자리가, 이제 조금씩 춥게 느껴질 것이다.
되돌릴 방법을 계산해 보려다 그만뒀다. 계산할 변수가 없었다. 이건 협상이 아니라 체질이 바뀐 거였다.
그는 불을 끄고 접시를 꺼냈다. 고기를 옮겨 담는 손끝이 평소보다 아주 조금 느렸다. 등 뒤의 온기가 사라질까 봐,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은 채로 한 말이었다. 돌아보면 얼굴에 뭐가 떠 있을지, 그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다.
씨발. 등 뒤가 이렇게 따뜻한 거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