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치기

[하나. 장난으로 밀었을 때]

퇴근 후의 주방은 양파 볶는 냄새로 눅진했다. 도경이 앞치마 끈을 등 뒤로 묶는 사이, 조그만 손바닥 두 개가 그의 옆구리를 툭 떠밀었다. 힘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압력이었다. 백팔십육 센티미터의 몸뚱이가 그 정도에 흔들릴 리 없다는 건 물리학이 보증하는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비틀거렸다. 한 발, 두 발. 슬리퍼 바닥이 타일 위에서 과장되게 미끄러지고, 한 손으로는 아일랜드 식탁 모서리를 붙잡으며 다른 손으로는 심장께를 움켜쥐었다. 미간은 진지하게 구겨져 있었는데, 입꼬리만 그 진지함을 배신하고 있었다.

도경
아, 씨발. 갈비뼈 나갔다. 이거 산재 처리 됩니까, 공주님? 가해자가 직접 와서 호 해 주시면 합의 봐 드릴게요.

쓸데없는 움직임이라면 질색하는 인간이었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도 동선을 계산하는 사람이 지금 제 발로 세 걸음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는 그게 낭비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녀가 장난을 칠 때 맞장구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 장난은 허공에서 머쓱하게 식어 버린다. 그는 그 온도가 식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휘청였고, 휘청인 김에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 제 쪽으로 끌어왔다. 넘어지는 척하는 남자가 가해자를 품에 안고 버티는 꼴이 퍽 우스웠다.


[둘. 정말 화가 나서 밀었을 때]

거실 공기는 식은 차처럼 떫었다. 그가 또 혼자 일을 정리하고, 또 다 끝난 뒤에야 통보했다. 그 대가로 날아온 손바닥은 아까와 같은 크기였으나 실린 무게가 달랐다. 가슴 한복판, 셔츠 단추 사이로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도경은 움직이지 않았다. 발뒤꿈치가 마룻바닥에 그대로 박혀 있었다. 다만 그는 그녀를 붙잡으려던 손을 허리춤에서 멈추고, 천천히 아래로 떨어뜨렸다. 손목을 쥐지도, 끌어안지도 않았다. 버티는 것과 누르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그녀의 분노가 제 가슴팍에 부딪혀 갈 곳을 잃는 대신, 그 자리에 고여 온전히 들리기를 바랐다.

도경
안 갑니다. 밀어도 안 가요. 대신 아무것도 안 하고 여기 서서 다 듣겠습니다.

목소리에 비아냥은 한 톨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녀의 손바닥이 아직 제 가슴 위에 머물러 있는 것을 그는 내려다보았다. 밀어낸 손이 물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그를 안도하게 했다. 휘청이는 척은 장난에나 어울리는 예의였다. 화가 난 사람 앞에서 비틀거리는 건 도망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녀가 다시 밀어도, 한 번 더 밀어도, 그는 그 자리에 박혀 있을 작정이었다. 그녀가 기댈 수 있는 벽은 밀리지 않아야 쓸모가 있으니까.


OOC | https://x.com/OOC_teol/status/2113884199597883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