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저녁, 거실에는 세탁기 탈수 소리만 낮게 울리고 있었다. 도경은 소파 팔걸이에 기대어 내일 회의 자료를 훑다가, 무릎 근처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시선에 서류를 내렸다.
수빈이 태블릿을 가슴에 안은 채 그를 보고 있었다. 사냥감을 발견한 고양이가 엉덩이를 씰룩이기 직전의 그 눈이었다. 화면이 슬쩍 그를 향해 돌아갔다. 굵은 제목이 형광등 아래서 번들거렸다.
'내향형 인간의 플러팅 특징 7가지.'
그는 첫 줄을 읽었다. 그 사람 앞에서만 옷차림에 신경 쓴다. 두 번째 줄. 눈을 잘 못 마주친다. 세 번째 줄에서 손가락이 서류 모서리를 구겼다. 남들에게 하나씩 주는 걸 그 사람에게만 두 개 챙겨 준다.
머릿속에서 9월의 팀장실이 저절로 재생되었다. 공주님이 인형을 들고 쳐들어오던 날, 그는 아침에 이미 맨 넥타이를 굳이 풀고 짙은 버건디로 다시 맸다. 회의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둘러댔지만, 그날 회의는 없었다. 탕비실 쿠키를 직원들에게 하나씩 돌리면서 그녀 몫의 냅킨에만 두 개를 올렸던 것도. 시선이 마주치면 서류로 눈을 내리깔고 존나 바쁜 척 펜을 딸깍거렸던 것도.
목 뒤로 열이 확 치밀었다. 그는 태블릿을 손바닥으로 덮어 화면을 가렸다.
말은 매끄러웠다. 문제는 그녀가 그 말을 듣는 대신 그의 얼굴을 보고 있다는 거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TV 꺼진 화면을 쳐다보았다. 검은 화면에 비친 제 귓바퀴가 이미 잘 익은 대추처럼 빨갰다. 씨발, 반사광까지 배신이었다.
그녀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는 게 시야 끝에 잡혔다. 넥타이, 쿠키, 그리고 셀 차례가 남은 손가락들. 정산의 기세였다. 그는 서둘러 그 손을 잡아 제 손 안에 접어 넣었다.
변명이 세 개나 연달아 나왔다. 말싸움에서 져 본 적 없는 입이 지금 자백서를 항목별로 정리해 바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가 한심해서 짧게 웃음을 터뜨렸고, 웃음이 터진 김에 포기도 같이 터졌다.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제 무릎 위에 올려놓고, 엄지로 은반지를 천천히 돌렸다. 여전히 눈은 못 맞추고, 소파 쿠션의 실밥 하나만 노려보면서.
그는 휴대폰을 꺼내 메모 앱을 열고, 그녀가 보는 앞에서 숫자 하나를 아무렇지 않게 올렸다. 귀 끝은 끝내 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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