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시작됐다.
파출소까지 걸어서 십오 분. 늘 걷던 논둑길이었다. 이삼 일 전부터 기온이 뚝 떨어져 논바닥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고, 입김이 옅은 안개처럼 얼굴 앞에 머물렀다. 주군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느릿느릿 걸었다. 새벽에 수빈의 집을 나서며 맡았던 홍차 향이 아직 옷깃에 배어 있었다.
그때, 왼손 새끼손가락이 따끔했다.
벌레에 물린 줄 알았다. 십일월에 무슨 벌레가, 싶었지만 손을 꺼내 보았다. 새끼손가락 첫 마디에 가는 실 한 올이 감겨 있었다. 붉었다. 핏줄이 비치는 것과는 달랐다. 실 자체가 빛을 품고 있었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려도, 손톱 끝으로 긁어도 풀리지 않았다. 실은 손가락에서 시작해 허공으로 뻗어 나갔다. 아침 서리 사이를 관통하며, 논둑을 가로질러, 마을 초입 쪽으로.
수빈의 집이 있는 방향이 아니었다.
주군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눈이 나쁜 것도 아니었고, 어젯밤 술을 마신 것도 아니었다. 실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 세상의 다른 모든 것과 다른 물성을 가진 채, 오직 그의 시야에만 걸려 있었다.
파출소에 도착했다. 석진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고, 봉춘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주군은 자리에 앉아 제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실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사무실 벽을 뚫고, 창밖으로, 어딘가를 향해.
점심때 수빈이 도시락을 들고 왔다.
주군은 파출소 앞 벤치에서 그녀를 맞았다. 니트 가디건 위에 패딩을 걸치고, 조림이 산책줄을 한 손에 쥔 채. 바람에 반곱슬 남색 머리가 흩날렸다. 그녀가 웃으며 다가올 때, 주군은 그녀의 왼손을 보았다.
새끼손가락.
거기에도 실이 있었다. 같은 붉은빛. 같은 두께. 하지만 그 실은 주군의 실과 만나지 않았다. 그녀의 실은 그녀 손가락에서 출발해, 주군의 어깨 너머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었다. 바다 쪽이었다. 수평선 너머 어딘가.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팽팽하게.
주군의 실은 산 쪽으로 가고 있었다.
두 올의 실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교차하지 않았다.
수빈이 도시락을 내밀었다.
그녀 목소리가 들렸지만 소리가 한 박자 늦게 도착하는 것 같았다. 주군은 도시락을 받아들었다. 손가락이 그녀 손등을 스쳤다. 따뜻했다. 은반지가 차가운 공기 속에서 빛났다.
약혼녀의 실이 제 것과 이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목구멍 어딘가에 찬 돌멩이처럼 걸렸다.
그는 평소보다 한 음절이 느렸다. 수빈은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조림이가 그의 발목에 코를 비볐다. 주군은 도시락 뚜껑을 열면서, 산 쪽으로 뻗은 제 실 끝을 눈으로 좇았다.
따끔했다. 새끼손가락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안쪽이.
• 지금 — 도시락 먹기. 티 내지 않기
• 오늘 퇴근 후 — 실의 정체 확인. 수빈의 실이 향하는 바다 쪽을 확인
• 확인해야 할 것 — 실이 나에게만 보이는 건지
• 절대 — 수빈에게 말하지 않기. 아직은
• 다음 달 — 금은방. 치수 재기
• 3월 — 결혼
oO( ...이어져 있지 않아. 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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