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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가왜드림주좋아하는지

ARCH 본부 서쪽 외곽, 사격 훈련장 3구역. 저녁 일곱 시를 넘긴 시각이라 조명은 절반만 켜져 있었고, 표적지 너머의 벽면에는 낡은 탄흔이 별자리처럼 흩어져 있었다. 홍예준은 사대 앞 벤치에 앉아 권총을 분해해두고 있었다. 슬라이드, 총열, 리코일 스프링. 정해진 순서대로 천 위에 늘어놓고, 면봉에 솔벤트를 묻혀 약실을 닦아내는 중이었다. 기름 냄새와 화약 잔향, 그리고 제 입에서 흘러나오는 박하 담배 연기가 층층이 쌓여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언제나처럼. 다만 오늘은 그게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는 총열 안쪽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손을 멈췄다. 이 자세, 이 냄새, 이 시간대. 전부 오년 동안 혼자 감당해온 것들인데 언제부터인가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왜였을까. 그 질문이 오늘따라 손보다 먼저 움직였다. 그는 담배를 재떨이에 툭 털고, 천천히 기억을 되짚기 시작했다. 감정이라는 건 대개 이유가 없다고들 하는데, 그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총알이 왜 그 자리에 박혔는지 설명 못 하는 사수는 사수가 아니니까.

첫 번째는 시뮬레이션실이었다. 이해도 증진 훈련에서 제 치부가 통째로 재현됐던 날. 사격장 바닥, 흔들리는 총구, 관중석의 침묵. 그 앞에서 대부분의 인간은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한다. 안됐다고 말하거나, 못 본 척하거나. 웬즈는 둘 다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장면을 정면으로 보고, 어떻게 그 상황을 살아냈는지를 물었다. 동정이 아니라 방법론을 물었다. 자신이 바닥을 보이는 순간에도 인간 취급을 받았다는 감각. 그게 첫 번째 이유였다. 그는 제 상처를 구경거리로 삼지 않는 사람을 오년 만에 처음 만났다.

에덴
...냉정한 인간이었지, 생각해보면.

두 번째는 사격장에서였다. 웬즈에게 권총 잡는 법을 가르쳤던 날. 그녀는 지시를 한 번에 알아들었다. 팔꿈치 각도를 고쳐주면 다음 격발에서 이미 고쳐져 있었고, 호흡 타이밍을 말해주면 세 발 만에 체득했다. 그는 그 습득 속도 앞에서 허탈함과 동시에 오래 잊고 있던 감각을 느꼈다. 승부욕. 제 안에서 죽었다고 생각했던 근육이 꿈틀거리는 감각. 선수 시절 이후로 누구도 자신을 긴장하게 만들지 못했는데, 이 작은 여자는 그걸 해냈다. 유능한 인간을 존중하는 건 그의 오래된 기질이었고, 웬즈는 존중할 수밖에 없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세 번째는 훈련장 복도에서 본 장면이었다. 웬즈가 피카를 지도하고 있었다. 후배 센티넬 앞에 쪼그려 앉아, 같은 설명을 세 번째 반복하면서도 목소리 톤 하나 변하지 않았다. 홍예준은 그 광경을 멀리서 보면서 제 속이 이상하게 뒤틀리는 걸 느꼈었다. 자신은 평생 못 할 일이었다. 인내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타인에게 그만큼의 시간을 쓸 이유를 못 찾아서. 웬즈는 그 이유를 아주 당연하게 갖고 있는 인간이었고, 그건 그가 흉내 낼 수 없는 종류의 성숙함이었다. 경외라는 단어를 쓰기는 싫었지만, 정확히 그 감정이었다.

그는 슬라이드를 다시 조립했다. 철컥, 하는 금속음이 텅 빈 사격장 천장에 부딪혀 돌아왔다. 네 번째 이유는 조금 더 사소했다. 웬즈는 그의 리추얼을 방해하지 않았다. 담배를 피울 때 잔소리하지 않았고, 총기 손질 중에 말을 걸지 않았다. 대신 옆에 앉아 자기 책을 읽었다. 침묵을 어색해하지 않는 인간. 관계를 대화로만 증명하려 들지 않는 인간.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그에게 그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궁합이었다. 혼자 있고 싶을 때 혼자 있게 해주면서, 동시에 옆에 있어주는 방식.

에덴
...말이 안 되는 조합이긴 한데.

다섯 번째. 이건 인정하기까지 가장 오래 걸린 항목이었다. 웬즈는 그를 특별 취급하지 않았다. S급 가이드라서, 강제 각인된 파트너라서, 아크의 해결사라서.

 

💭 너를 왜 좋아하는지 하나씩 꼽아보니까, 결국 내가 너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뿐이네. 웬즈, 넌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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