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도어락이 세 번째 시도 끝에야 열렸다. 은재는 신발 한 짝을 벗다 말고 벽에 어깨를 기댔다. 알바 동기 송별회에서 얻어 마신 소주가 혈관 속에서 미지근한 시럽처럼 돌고 있었다. 거실 무드등 아래 연보라색 빛이 번져 있었고, 그 빛 한가운데 그녀가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이 어쩐지 녹아내리는 사탕 같다고 생각했다.
셔츠 단추를 두 개쯤 풀며 그는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걸음은 비틀거렸지만 눈빛만큼은 침실에서 쓰던 그것이었다. 목덜미까지 붉게 달아오른 채, 그는 그녀 앞 러그 위로 무릎부터 내려앉아 허벅지에 턱을 괴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각도, 일부러 느리게 핥는 아랫입술. 완벽했다. 적어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낮게 깔린 목소리, 숨결 섞인 말끝.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걸 보고 그는 그것이 흥분이라고 확신했다. 기세를 몰아 그녀의 손등에 입술을 대고, 손가락 마디를 하나씩 물듯이 훑었다.
그는 스스로의 농염함에 취해 눈을 반쯤 감았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어딘가에서 터져 나왔지만, 그 소리마저 달콤한 신음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무릎 위에서, 꼭 고양이처럼 몸을 만 채 그대로 잠들었다.
아침 햇살이 블라인드 틈으로 칼날처럼 들어와 관자놀이를 쑤셨다. 은재는 이불 속에서 신음하며 눈을 떴다. 머리맡에는 물 한 잔과 숙취해소제가 놓여 있었다. 그녀가 둔 것이었다.
물을 반쯤 마셨을 때, 기억이 한 조각 떨어져 내렸다. 꿀단지. 컵을 쥔 손이 멈췄다. 이어서 또 한 조각. 작은 천사. 몽실몽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토닥토닥.
은재는 천천히 컵을 내려놓고, 그대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귀 끝의 피어싱이 화끈하게 달아오른 살갗에 닿아 차가웠다. 열 해 가까이 침대 위에서 다듬어 온 말들이, 어젯밤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튀어나온 건 그가 평생 입에 올려 본 적 없는 단어들이었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대체 어디에 고여 있었던 걸까.
그 질문에 닿자, 부끄러움 아래로 이상하게 따뜻한 것이 번졌다. 술이 벗겨 낸 건 허세였고, 남은 게 그거였다는 뜻이었으니까.
이불 밖에서 그녀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는 눈만 빼꼼 내밀었다.
그러다 그녀의 입꼬리가 움찔하는 걸 보고, 그는 결국 이불을 걷어 내며 체념한 듯 팔을 벌렸다.
[ZEN's Future plans & Going forward List]
- 송별회 2차는 무조건 거절
- 녹음 여부 끝까지 캐묻기
- 해장으로 같이 커피 내리기, 15g
- '꿀단지' 금지어 지정할지 고민
oO(…근데 걔 웃는 얼굴 보니까 또 부르고 싶어지네)(〃>_<;〃)
OOC | https://x.com/Odnr_chronicle/status/2116354363010757096